차기 정부정책이 제약업계에 미칠 파장은?
차기 정부정책이 제약업계에 미칠 파장은?
산업진흥ㆍ규제완화 등 긍정…제약사 양극화 ‘구조조정’은 가속화
정부조직 개편案 발표 등 차기 정부의 국정운영 윤곽이 서서히 드러남에 따라, 차기 정부 정책이 향후 국내 제약업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경제 살리기’, ‘기업하기 좋은 나라’ 등 정책이 親기업적 성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제약업계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약업계는 제약 산업 진흥과 각종 규제완화 측면에서 차기 정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반면 제약업계의 구조조정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규제완화와 산업진흥은 바꾸어 말하면 경쟁력 강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제약사들 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일부 기업들은 시장에서 퇴출되는 사태도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통해 정부지출을 10% 줄이겠다는 방침은 ‘약가(藥價)’에 있어서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보건복지 분야에서 예산절감 1순위는 다름 아닌 ‘약제비’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각종 규제완화 과정에서 일반약 슈퍼판매, 약국개설자의 자격요건 등 약국관련 규제개혁이 진행될 경우 약국가는 물론 의약품도매업계에 있어서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물론 이 부분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로 보이지는 않지만,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어떤 형태든 변화의 물꼬를 틀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업계, 차기정부 親기업 성향 “일단 긍정적”
일단 차기 정부의 전반적인 정책 방향에 대해 국내 제약업계는 희망 섞인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親기업적인 성향이 제약 산업은 물론 국내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선 제약업계는 그간의 기업-정부 간의 관계가 보다 ‘수평적’인 관계로 재정립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물론 그간 공무원들의 태도가 고압적이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정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조직 개편案 발표와 관련 “정부조직이 기업 활동에 방해가 되서는 안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당선인의 발언이나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안 한다”는 당선인의 원칙이 시사하는 것처럼, 차기 정부에 있어 기업들의 ‘입김’은 과거보다 훨씬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국내 중견 제약사 관계자는 “이전의 정부와는 다른 정책비전을 가진 만큼 여러 측면에서 기대되는 바가 크다”며 “차기 정부가 대국민 서비스를 중시한 정부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정책 결정 과정에 있어서 이전과는 다른 보다 개선된 관계가 정립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제약 산업 진흥이란 측면에서는 연구개발투자 및 세제혜택 확대 등이 예상된다.
차기 정부는 이미 연구개발투자비용에 대한 세제혜택을 현행 7%에서 10%까지 확대하고, 2011년까지 보건의료산업 전체 규모를 120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공약을 제시했기 때문.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지원이란 것이 과연 제약 산업으로 직결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정부 지원이 지금보다 확대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듯 하나, 소위 ‘바이오’라는 이름으로 제약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등한시 된다면, ‘바이오냐 의약품이냐’라는 논란이 또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관계자는 “그간 정부가 바이오라는 이름으로 막대한 자금을 퍼부었지만 제약 산업에 지원된 것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그간 투여된 바이오분야 연구개발 자금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평가를 통해 옥석가리기에 나서야 하며 실효성 없는 지원은 과감히 삭감, 지원이 소홀했던 의약품분야에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형 제약’ 다른 제약사와 ‘선 긋기’…제약 구조조정 본격화
차기 정부의 親기업적인 성향이 곧 개별 기업의 생존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든다고는 하지만, 성공 여부는 결국 개별 기업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차기 정부는 각종 규제를 없애는 대신 기업들에게 경쟁력 강화를 요구할 것이며, 이는 제약 산업 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국내 제약업계의 분위기가 이러한 정부 정책기조와 괘를 같이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불과 1~2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제약업계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 한미FTA 등 제약 산업 재편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공통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해를 넘기면서부터 일부 제약사들이 “살아남을 제약사는 살아남고 퇴출될 제약사는 퇴출돼야 한다”는 쪽으로 선 긋기에 나서고 있는 것.
이 같은 흐름은 소위 연구개발 중심의 ‘혁신형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으며, 정부의 경쟁력 강화 정책과 함께 향후 몇 년간 큰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국내 상위권 제약사 관계자는 “제약환경 변화에 대해 지난해 다른 제약사들의 눈치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점도 없지 않아 있었다”며 “이제 국내 제약 산업 환경변화로 각각의 제약사들도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으며, 차기 정부 정책도 이런 맥락에서 제약 산업 구조재편을 유도할 것으로 생각 된다”고 말했다.
약제비 절감 약가정책은 그대로 유지될 듯
약가부분에 있어서의 정책 기조는 이전 참여정부 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당선자 스스로가 정부지출 중 10% 정도를 줄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고, 보건복지정책 분야에 있어 예산 절감은 결국 건강보험재정의 약제비 쪽으로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보고에서도 드러났듯이, 특별위원회를 만들어서라도 건강보험재정의 적자 상태를 차기 정부가 그대로 떠안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점도 약제비 지출을 절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따라서 포지티브 제도를 통한 보험약 퇴출, 약가재평가를 통한 약가인하 등은 올해에도 제약업계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그 수위와 방식에 있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약가인하 수위에 있어 단일보험체제에서 제약사의 매출과 직결되는 보험약가삭감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일단 약제비를 깎고 보자는 식의 정책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공존하고 있는 상태다.
약제비절감 방식에 있어서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 이외의 다른 수단을 발굴해 낼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의약품 재분류를 통한 일반의약품의 확대 등을 꼽을 수 있다. 전문의약품 일부를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해 적어도 건강보험재정 상의 약제비 지출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정부의 지출을 국민들에게 전가하는 방식이 될 수 있어, 시민단체의 반대 등 실질적인 추진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지난해 ‘원료약 파문’과 같이 건강보험재정 지출 상의 누수지점을 찾아 봉합하는 형태로 약제비 절감을 추진하는 것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제약업계 입장에선 약가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 지난해와 같이 다급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약 슈퍼판매’ 등 약국 규제완화 쟁점화 조짐
차기 정부의 정책적 방향이 제약업계에 영향을 미칠 또 다른 지점은 ‘약국 관련 규제완화’이다. 이미 지난해 시민단체 등의 문제제기로 불거진 바 있는 ‘일반의약품의 슈퍼판매’ 문제 등은 산업규제완화라는 측면에서 또 다시 쟁점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유통업계를 위시한 재계 일각에서는 일반의약품의 소매점 판매 허용, 약국 법인의 일반인 참여 등 약국과 관련된 규제개혁에 대해 꾸준히 건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약품 도매업계의 경우, 일반의약품 슈퍼판매에 대해 다소 엇갈린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유통시장의 확대와 현금 확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반면, 신규 진입 유통업체와의 경쟁이라는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국내 의약품 도매업소 관계자는 “약국뿐만 아니라 슈퍼에도 의약품을 공급할 수 있다면 유통업자 입장에선 고객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환영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약국의 경우 외상거래가 많은 반면, 소매점에서는 전부 현금으로 그때그때 결제하기 때문에 현금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도매업소 입장에선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의 의약품 유통시장에 신규 업체가 진입하게 된다면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 질 수밖에 없다”며 일반의약품 슈퍼판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또한 최근 LG경재연구원 고은지 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의약품유통실태와 관련된 연구보고서는 약국관련 규제완화가 불가피한 상황임을 언급하고 있다.
우선 고은지 연구원은 연구보고서에서 “일반 소비자들의 불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고, 의약품 사용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성숙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볼 때, 의약품 소매 유통 채널의 확대는 단계적으로라도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과 일본의 사례 또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 주고 있으며, 이미 직접적 이해 관계자인 약사단체에서도 이의 가능성에 대해 일부 인정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현재 국내에 진출한 Drugstore들은 의약품보다는 주로 Health&Beauty Multi-Shop의 역할에 치우치고 있으나, 의약품 소매 유통 조직이 좀더 다양화되면 Drugstore의 의약품 취급 비중도 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나아가 의약품 소매점의 형태는 이미 등장한 Drugstore를 중심으로 하여, 할인점ㆍ편의점 등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고 연구원은 “의약품 소매 유통 채널의 확대를 둘러싼 논란이 정점에 이르고 있어 향후 그 방향성에 대해서 섣불리 논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고, 과연 어느 시점에서 일반의약품의 소매 유통이 허용될 지에 대해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언급, 이 부분이 차기 정부 기간동안 쟁점화 될 것임을 시사했다.
과기부 통폐합…신약개발 주도권 누가 거머쥐나?
정부조직개편안에 따른 과학기술부 통폐합이 기정사실화됨에 따라, 현재 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산업자원부 3개 부처에 산재돼 있는 신약개발 정책 주도권을 누가 거머쥘 것인가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범부처 신약개발 R&D’ 계획으로 대표되는 국내 신약개발정책을 과기부, 복지부, 산자부가 역할분담을 통해 나눠맡고, 이를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조율하는 기존 형태가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으로 말미암아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다.
일단 과학기술부는 존립을 위해 차기 정부 정책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는 등 강하게 응수하고 있다. 그러나 제약 산업 등 신약개발과 관련된 과학기술혁신본부 등에서는 기존의 신약개발 정책조율기능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오리무중”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과학기술혁신본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답답한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반면 산자부, 복지부 등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신약개발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복지부 보건산업기술팀 관계자는 “과학기술부가 없어진다고 해서 그 업무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만큼 신약개발지원 일원화 논의를 다시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며 “산자부로 일원화할 수도 있겠지만 산자부는 조직 규모에 비해 신약개발정책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은데다, 정보통신부 흡수로 조직 추스르기에 힘든 만큼 과기부, 산자부의 신약개발지원업무만 복지부로 일원화 시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기존 과학기술혁신본부 주장처럼 국내에서 혁신적인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자금과 인력을 한 대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과학기술부가 통폐합되는 상황에 맞춰 신약개발 및 제약 산업 진흥업무만 뽑아 한 부처로 통합하고 장기적인 발전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자부도 지식경제부로의 확대 개편에 힘입어 신약개발 지원정책 확대에 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산자부 나노바이오팀 관계자는 “일단 과기부가 이번 조직개편으로 중심을 잃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존의 한 축이 무너진 상황으로 본다”며 “이미 산자부는 후보물질도출 이후 단계에서부터 실질적인 산업화와 해외진출까지 중장기적인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국내 제약업계는 일단 과기부 통폐합으로 3개 부처 역할분담론의 한 축이 붕괴됐다는 것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향후 추이에 대해서는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을 위해 기존에 논의된 바 있는 과기부, 복지부, 산자부 3개 부처 역할분담론의 한 축이 붕괴된 상황”이라며 “기능 중심의 정부조직 개편안 취지에 맞게 신약개발업무를 한 부처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어느 부처가 신약개발 정책을 맡을 것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 제약사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신약개발정책 주도권이 어디로 흘러갈지는 몰라도 제약사 입장에선 부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부처가 됐건 신약개발 전담부서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신약개발정책에 관한 논의에 대해,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과기부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현재 과학기술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약개발 지원정책은 기업 중심이 아닌 출연연구소 중심의 정책”이라며 “이는 차기 정부의 기업정책과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약업신문 손정우 기자 (son@yakup.com)
*위 매체와 협의를 거쳐 기사전문을 게재합니다.